Diary

[회고] 2024년 상반기를 마무리하며

_su_min 2024. 6. 29. 16:15

1. 업무

  1) 성형앱 플랫폼 검색엔진 개발

(23.12.13 ~ 24.01.12, 1개월)
회사에 이직하고 처음 맡게된 프로젝트였는데 검색엔진쪽을 개발하시던 분이 급히 다른 프로젝트로 옮겨야하는 상황때문에 내가 그 분의 업무를 이어받아 개발하게 되었다. 검색엔진은 엘라스틱 서치(ElasticSearch)를 사용하고 있었고, 쿠버네티스에 ELK(ElasticSearch - LogStash - Kibana) 스택을 구축하여 개발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ELK 구축을 해보지는 못했고, SpringBoot에서 ElasticSearch 라이브러리를 이용하여 데이터를 검색하는 로직을 개발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이미 구축된 환경에서 개발했지만 다음 프로젝트에서는 ELK 스택을 직접 구축해보고 싶다.

나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엘라스틱 서치를 처음 써봤다.

 

  2) TFS 시스템 관리자 사이트 개발

(24.01.15 ~ 24.06.14, 5개월)
성형앱 플랫폼 프로젝트가 끝나고 그 다음으로 투입된 프로젝트는 차량 관리 및 운영 솔루션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였다. 나는 TFS(Total Fleet Solution) 프로젝트의 1차 개발이 끝난 후 2차 개발에 투입되었다. 2차 개발에서 나는

  • 차량 현황 - 지자체별 차량 현황
  • 차량 보험 - 손해율 관리
  • 차량 정비 - 정기점검, 세차, 안전장치
  • 정비 이력 - 정기점검, 세차, 안전장치

를 개발했다. 

TFS 프로젝트를 하면서 SI 개발의 쓴맛을 경험했다.

TFS 프로젝트를 하면서 SI 프로젝트를 제대로 경험해본 것 같다. 차량 현황이나 차량 보험쪽은 혼자서 개발했기 때문에 별로 문제될 부분이 없었다. 그런데 차량 정비쪽은 달랐다. 차량 정비에는 일반정비, 세차, 정기점검, 안전장치, 소모품 등 여러 카테고리가 존재했고 이러한 카테고리를 백엔드 개발자 세 사람이 나누어 개발 해야했다.
 
여기서 문제의 발단이 된 부분은일반정비와 정기점검 그리고 소모품을 세 명의 개발자가 각각 나누어 가졌던 것이다.
 
일반정비 - 정기점검 - 소모품은 서로 엮이는 비즈니스 로직이 많아서 한 명이 맡아 개발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었다. 이것은 지금에서야 돌이켜보는 결과론적인 생각이지만 당시에는 이렇게 많은 로직이 서로 엮일 줄 모르고 일반정비 - 정기점검 - 소모품 카테고리를 각자 나누어 개발하자고 협의를 했었다. 그 이후로는 개발자들 간의 대화와 업무 조율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고 이러한 과정을 겪고 나자 기술적인 어려움보다도 개발자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참 어렵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개발자들 간에 개발 영역을 나눠서 같이 작업해야하는 경우엔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 자격증

  1) 마이크로소프트 Azure-204

회사에서 Azure 자격증을 취득해야한다는 공지가 내려와서 자격증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인 Azure는 아직 써보지 못했지만 다행히 자격증 시험은 덤프 파일을 공부해서 준비하면 되었다. 그래서 주말 시간을 이용하여 덤프를 공부했다. 응시료가 10만원이 넘어가기 때문에 한 번 떨어지면 경제적 출혈이 상당했다. 그래서 노심초사하며 시험을 보았는데 운좋게 통과하여 가슴을 쓸어내렸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2) 마이크로소프트 Azure-400

회사에서 정한 자격증 취득 통과 기준은 Azure-204와 Azure-400을 모두 따는 것이었다. 즉, Azure-204를 딴다고 해도 목표지점의 반만 온 것이었다. 어쩌면 반보다 덜 왔는지도 모르겠다. Azure-400은 내용이 더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다면 한다. 정해진 기한 내에 자격증을 딴다는 각오 하나로 다시 Azure-400의 덤프파일을 공부했고 이번에도 긴장하며 시험을 보았는데 하늘이 도운 건지 시험을 통과했고 자격증을 딸 수 있었다. 두 자격증을 모두 따고 나서는 회사로부터 자격증 응시료를 받았고 이렇게 한 고비를 넘겼구나 하면서 스스로 대견해했던 기억이 난다.
 

3. 독서

  1)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어디선가 들었던 얘기 중에 '20대 때의 고민은 먹고사는 문제에 관한 것이고 30대 때의 고민은 죽고사는 문제에 관한 것이다' 라는 말이 있었다. 적어도 내겐 맞는 말인 것 같다. 30대에 들어선 후 줄곧 삶의 방향을 잃고 안개속을 해매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속에서도 무엇이라도 붙잡아보기 위해서 끊임없이 몸부림을 쳤던 것 같다. 그리고 지난 6개월은 방황으로 가득찬 30대의 시간중에서도 가장 힘든 시기였다. 그래서 삶에 관한 책들을 읽기 시작했고 그 중 첫 번째로 읽은 책이 쇼펜하우어의 아포리즘을 담은 책이었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 김욱 편역 / 포레스트북스 출판

P. 183
아픔을 모르는 기쁨은 존재하지 않는다. 패배와 좌절 없이 행복은 우리를 방문하지 않는다. 시련의 눈물 없이 웃음에 가치가 매겨지지 않는다. 아픔을 통해 배우지 않은 모든 것이 거짓이다. 적어도 "인생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서 그러하다. 그 질문에 대한 모든 대답이 아픔이다.
너는 이제 아픔으로 인하여 남보다 더 성숙해지리라. 나무는 빗물을 마시고 자라며, 인간은 자기가 흘린 눈물로 갈증을 해소한다. 후회하지 말고 눈물을 거둬라. 네가 스스로 진실을 선택하게 될 때까지 씨앗을 뿌리고 삶의 밭을 일궈라.
아름다움은 상처 입은 가슴만이 발견할 수 있다. 그 벅찬 기쁨을 위해 아름다움은 저렇듯 신비한 모습으로 나의 이마 위를 떠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인생에서 동요를 느낄 때가 있다. 항구를 출발한 배는 필연적으로 파도를 거슬러야 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태어남은 동요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 흔들리지 않는 것은 인생이 아니다.

 

  2)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이라는 책을 읽고 류시화 작가님을 좋아하게 되었다. 최근에 작가님의 신간이 나오게 되어 책을 구입해서 읽어보았는데 역시는 역시였다. 좌절이라는 병에 빠져 패배자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던 나에게 용기와 힘을 주었던 책이다. 그때 나는 내가 생각한 대로 일이 풀리지 않아서 모든 것이 실패했다는 잘못된 착각에 빠져있었다. 하지만 삶에는 내가 생각하지 않은 인생의 길도 있으며 오히려 그 길이 나에게 참된 길일 수 있다고 책은 말해주었다.

류시화 지음 / 수오서재 출판

P. 181
인생은 길을 보여 주기 위해 길을 잃게 한다. 돌아가는 길투성이의 인생에서 뜻대로 되지 않는 일과 행복한 일은 동시에 일어난다. 플랜A 보다 플랜B가 더 좋을 수도 있다, 가 아니라 더 좋다. 플랜A는 나의 계획이고, 플랜B는 신의 계획이기 때문이다. 

 

  3)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TFS 프로젝트를 하면서 개발작업이 중반에 접어들었을 무렵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한계점을 찍고 있었다. 처음 경험하는 인간관계의 고통속에서 내 마음을 다스려보고자 구입해서 읽었던 책이다. 나보다 삶을 더 깊게 살아보고 더 많이 고민해본 작가님의 글을 통해 포기하고 싶은 하루하루를 다잡아보려 했던 것 같다. 책을 읽고 나서 일할 때의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현재 처한 상황 속의 나를 한 번 생각해보고, 상대방도 생각해보는 변화가 있었다. 앞으로 일하면서 아마 이보다 더한 난리 블루스 대환장 파티 프로젝트를 만날 것이다. 힘든 고통의 시간이겠지만 그 순간속에서도 나의 상황과 다른 사람들의 상황을 한 번쯤 더 생각해볼 수 있는 지혜를 잃지 않을 것이다.

김혜남 지음 / 메이븐 출판

P. 133
용서란 내 마음에서 분노와 미움을 떠나보내는 작업이다. 그래서 내 마음이 다시 고요를 되찾아 더 이상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며 떠날 수 있게 하는 작업이다. 또 용서란 자신과 상대에 대해 품고 있던 이상을 접고, 현실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작업이다. 즉 상대도 나와 똑같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애정을 쏟아부을 가치가 없는 그에게 몰두했던 내 에너지를 거두어들이는 작업인 셈이다.
이러한 용서는 다른 사람을 향해서만 베푸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도 용서할 수 있어야 한다. 소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서 루게릭병으로 죽어 가던 모리 교수가 제자인 미치에게 남긴 말처럼 말이다.
"우리가 용서해야 할 사람은 타인만이 아니라네, 미치. 우리 자신도 용서할 수 있어야 해. 여러 가지 이유로 했어야 했는데 하지 않은 일들에 대해서도 용서해야 하네. 일이 이리저리하게 되지 않았다고 탓할 수만은 없지. 나 같은 상황에 빠지면 그런 태도는 아무런 도움도 안 되네. 나는 언제나 '연구를 더 많이 했으면 좋았을 텐데", "책을 더 많이 썼으면 좋았을 텐데' 라고 생각했네. 그 생각 때문에 나 자신을 질타하곤 했어. 이제 와 돌이켜보면 그런 질타가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알겠어. 화해하게, 자기 자신과 주위의 모두와. 자신을 용서하고 그리고 타인을 용서하게. 시간을 끌지 말게, 미치. 누구나 나처럼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건 아니야. 누구나 다 이런 행운을 누리는 게 아니지."

 

4. 생각

작년과 비교했을 때 나의 생각에서 가장 변화된 부분은 삶의 불확실성에 대한 태도와 존재에 대한 관점인 것 같다. 작년의 나는 내가 계획한 대로 하나씩 이루어가며 정상에 도달해서 달콤한 결실을 맛보겠다는 뜨거운 의지로 가득했다. 그래야만 나는 사회에서 모두에게 인정받는 성공한 사람이 되는 것이고 그 이후의 삶은 고속도로처럼 탄탄대로를 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의 결과는 쓰라린 실패였고 나의 계획은 무참히 부서졌다. 길을 잃고 무너진 마음으로 살고 있었는데 우연치않게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질문자를 혼내시는 것 같았지만 말씀을 듣다보면 이렇게 애정어린 답변이 없었다. 그리고 삶을 포장하거나 질문자에게 정답은 이거다라고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진실된 삶의 모습에 대해 말씀해주셨고, 삶에는 꼭 한 가지 길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깨우쳐주셨다. 그렇게 나는 점점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에 스며들었고 그 중 가장 크게 영향받은 생각에 대해 정리해보았다.
 

  1) 세상일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나에겐 '계획한대로 성실하게 해나가면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거야.' 라는 전제가 있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삶의 통과 관문을 지나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뿌리깊은 믿음 덕이었다. 나는 재수를 했지만 운좋게도 계획이 성공하여 대학에 갈 수 있었고, 대학 졸업시즌에는 많은 입사지원의 실패가 있었지만 결국 목표중 하나였던 회사에 취업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스스로를 과신하게 된 것 같다. 나에 대한 믿음이 강해지면 세상에 표출하고 싶은 욕망도 커지는 법이다. 나는 내가 직접 서비스를 만들어서 수익을 만들어내는 1인 창업을 계획했다. 그리고 개발자 3년차에 창업이라는 목표를 향해 퇴사했고 당시 나는 무엇이든지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창업을 준비하면서 해야만하는 과감한 도전들 앞에서 머뭇거리는 나 자신을 마주했다.

에곤 쉴레의 자화상

그렇게 본격적인 창업은 해보지도 못한채 미적지근한 실패로 2년의 시간을 끝맺으면서 그동안 나를 지탱해왔던 과대포장된 자아가 붕괴되고 말았다. 개발자로 다시 일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나의 자존감은 곤두박질쳤지만 속으로 울음을 참고 수십, 수백번의 입사지원을 하고나서야 겨우 다시 개발자로 일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고통의 시간을 겪고나니 법륜스님이 말씀해주신 '세상일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라는 말이 가슴 깊이 다가왔다. 겉으로 보기에는 쉬워보이지만 막상 해보면 그렇지 않은 것이 세상일이다. 나는 스님의 말씀을 통해서 지난 2년간의 시간을 앞으로 살아가는 데 인생의 가르침으로 승화하고자 노력중이다.

 

오만하지도 말고 좌절하지도 않으며 살아가자

 

  2) 컵은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다.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우월감도 있고 열등감도 있다. 적당히 우월감을 느끼고, 적당히 열등감을 느낀다면 좋겠지만 그게 참 말이 쉽지 현실에서는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나는 크게 우월감을 느끼고, 크게 열등감을 느끼며 살기 때문이다. 이것은 나의 감정기복이 심해지는 원인이었고 자주 일렁이는 감정 때문에 나는 하루도 편한 날이 없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어느 날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듣고 있는데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여기 컵이 있어요. 이 컵이 마이크 스탠드보다 커요 작아요. 작죠. 그러면 이 컵이 컵 받침대 보다는 커요 작아요. 크죠. 그러면 컵만 들고 나오면 어때요. 컵은 커요 작아요. 네? 이 컵은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아요. 컵이 크다 작다는 우리 인식의 문제예요. 본래 컵은 크지도 작지도 않다. 다만 그것일 뿐이다. 이게 공사상이예요." 

컵은 에어팟보다 크고 공책보다 작다.
컵만 놓고보면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다. 다만 그것일 뿐이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순간 멍해졌다. 정말 쉽고 단순한 비유인데 삶을 통째로 흔드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정말 그랬다. 내 안에서 벌어지는 우월감과 열등감의 널뛰기는 인식상의 문제로 벌어진 일이었다. 나라는 존재는 우월하지도 않고 열등하지도 않은 다만 그것일 뿐이었다. 법륜스님이 말씀해주신 공사상은 내가 마음을 다스리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5. 마무리

올해의 반을 지나온 시점에서 지난 6개월을 돌이켜보면 새로움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든다. 회사에 입사하여 SI 프로젝트라는 새로운 개발을 경험해보고, 힘든 순간의 고비마다 삶을 붙잡아주는 책을 만나고, 아마 회사에서 얘기하지 않았다면 평생 시도해보지 않았을 자격증도 취득했다. 그리고 삶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큰 가르침을 주는 불교 철학도 알게 되었다. 힘들었던 순간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그저 힘들기만 했지만, 지나고 생각해보니 힘들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 캐모마일을 우려낸 차에 얼음을 넣어서 자주 마시는데 어느 날은 꽃말이 궁금해서 한 번 찾아봤다. 캐모마일의 꽃말은 '역경에 굴하지 않는 강인함' 이라고 한다. 꽃말을 알고 캐모마일을 보니까 이전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도 많은 역경들이 찾아오겠지만 이에 굴하지 않는 강인함이 내게 있기를 바란다. 남은 올 한해도 후회없이 달려보자.